Mr. Henry Ford, let me paint my car (조선일보 롱테일 칼럼 원문)

Submitted by hyokon on Fri, 2007-06-08 10:49.

(오늘자 조선일보에 롱테일 관련 기고문이 실렸다. 아래는 편집되기 전의 원문이다. 한국기업의 롱테일 전략을 영어로 출판하는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영어 번역 및 이런 저런 마무리 때문에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고민 중의 하나가 제목인데, 이 글 제목도 후보중의 하나이다. 어쩌면 제목보다는 부제나 마케팅 문구로 적합할지도...)

미국의 기술 문화 잡지인 Wired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쓴 롱테일 경제학은 히트 상품 일변도로부터 수 많은 니치가 있는 롱테일로 점점 소비가 번져 가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오프라인 대형서점인 Borders의 한 매장에는 100,000가지 정도의 책이 있지만, Amazon.com에는 370만 가지의 책이 있다. 아마존에 있는 책의 97%는 Borders에서는 취급조차 하지 않는 ‘긴 꼬리’인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 진열도 안 되는 이런 비인기 책들이 아마존 매출의 25%라는 무시 못할 비중을 기여하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렇듯 상품 가짓수의 폭발적 증가가 온라인 음악, 비디오 등 미디어 컨텐츠 산업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인터넷에 힘입어, 미디어 컨텐츠 시장은 엄청난 다양성이 지배하는 롱테일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디어 업계 종사자여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미디어 이외의 산업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은 감이 있다. 우리가 “한국 기업의 롱테일 전략”을 쓰게 된 것도, 좀 더 많은 산업에 적용하면서 한국적인 사례들을 분석해달라는 출판사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산업의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컴퓨터와 옷 중에서 어느 것이 인터넷에서 더 많이 팔릴까? 컴퓨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답은 옷이다. 게다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몰은 2005년 대비 2006년에 26%라는 높은 성장을 하였는데, 특히 의류는 50%를 성장하였다. 2000년대 초만해도 온라인으로 많이 거래될 상품으로 금융, 서적, 컴퓨터, 가전제품 등이 꼽혔다. 하지만, 현재 의류는 온라인 쇼핑에서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가 되었다.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옷의 특성은 분명 하드디스크 크기나 프로세서 속도 등 규격화가 잘 되어있는 PC를 사는 것에 비하여 온라인 쇼핑에 불리함이 틀림없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다양성’이 결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다양성은 소비자에게 좋다. 왜냐하면, 상품이 다양하면 내 취향에 더 맞는 것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형 서점 등 큰 매장을 찾는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 상품을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수많은 옷을 구경하고 고르면서 그 끝없는 다양성에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다양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온라인 컴퓨터 쇼핑몰에나 삼성, LG, IBM의 똑 같은 모델들이 있다. 쇼핑몰들은 무엇으로 경쟁하고 있는가? 가격이다. 소비자들은 같은 모델을 더 싸게 파는 쇼핑몰을 찾아간다. 그러므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되기가 어려운 것이고, 자연히 매력을 느낀 신규 진입도 많기 어렵다. 의류가 컴퓨터와 가장 다른 점은 소비자들이 가격비교를 덜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는 수 없이 많은 옷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옷을 찾고 나서 그 옷의 가격비교를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기 쉽다. 똑 같은 옷 자체가 드물고, 있어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격 경쟁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잘 되는 의류쇼핑몰의 영업마진은 30%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적인 감각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의류 쇼핑몰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가? 최근 온라인 쇼핑의 성장을 이끄는 지마켓, 옥션 등의 중개몰(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실제로 상거래를 이끌어 가는 것은 여기에 입점해 있는 소기업들이다. 의류의 경우, 중개몰에서 어느 정도 사업감각을 익힌 이들이 독립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랭키닷컴의 올 2월 통계에 의하면 여성 보세의류 전문몰의 방문자 수는 1년 사이 48% 상승했다. 오픈마켓은 5% 성장, 종합쇼핑몰은 9% 하락, 화장품이나 컴퓨터•도서 등 대부분의 전문쇼핑몰이 평균 28% 하락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세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류 쇼핑몰 시장은 새로운 다양성 창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세분화하여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mass customization과는 전혀 다르게, 개별적으로는 소수의 니치 상품에 특화된 소기업이 많이 모여서 시장 전체적으로는 다양성을 제공하는 구조인데, 필자는 이를 mass niche라고 부른다. 크리스 앤더슨은 상품의 롱테일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그것이 mass customization을 통한 것이냐 mass niche를 통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별로 구분하지 않았다. 상품의 롱테일이라는 결과는 둘 다 낳겠지만, mass niche는 개인과 소기업이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본질적인 시장의 변화라고 하겠다. 소기업과 개인이 보호되어야 하는 약자가 아니라 부가가치 창조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다양성이 있기 어려운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컴퓨터건, 자동차건, 건설이건, 다양성에 대한 니즈는 모두 잠재해 있다. 단지 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이루어내느냐의 문제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우리 산업에서 무엇이 다양해질 수 있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류 산업에서는 신경 쓰지 않고 있을 지 모르지만, 이미 주변부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양성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튜닝’이다. 똑 같은 자동차로 내 개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소비자들은 튜닝 매장을 찾고 있다. 휴대폰도 튜닝 한다. 신발도 튜닝 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실내 인테리어가 무엇인가? 결국 주택의 튜닝이다. 소비자들은 일단 쉬운 겉에서부터 시작한다. 자동차 튜닝도 유리에 색 넣고, 타이어 바꾸는 수준에서 점점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안 쪽으로 파고들고 있다. 인테리어도 벽지 하는 수준에서 거의 내부 공사를 다시 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과연 우리 산업에서 뭐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성인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가장 겉에서부터 생각해 보라.

둘째로, 이러한 다양성을 맘껏 소비할 수 있도록 소비의 부담이 적은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소비의 부담이란 한 상품을 소비하는데 필요한 시간, 돈, 노력 등이다. 뷔페 식당에서는 누구나 10가지 정도는 먹을 것이다. 왜? 조금씩 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몇 분짜리 온라인 동영상은 하루에 수십 개도 볼 수 있지만, 1시간짜리 TV프로는 하루에 두세 가지 보기도 벅차다. 컴퓨터는 어떤가? 100만원 정도되는 가격으로는 아무리 다양한 상품이 있어도 많이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20%-30% 가격을 낮추어도 여전히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혁신적 사업모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위에서도 얘기한 튜닝을 포함하여, 콘도미니엄 같은 멤버십, 대여 등 혁신적인 모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다양성을 만들 방법을 정해야 한다. 다양한 상품을 직접 만드는 mass customization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는 생산 시스템, 많은 상품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복잡성, 브랜드 정체성 유지의 어려움, 조직 내부 상상력 자체의 제한 등의 문제로 고객이 원하는 다양성을 모두 우리가 공급하자는 노력은 부질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mass niche적인 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그림은 소기업이나 개인이 그리게 하고 우리는 그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캔버스라고 하면 웬지 무대 뒷면으로 물러나는 듯한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최근 각광받는 웹2.0 기업인 유튜브나 판도라 TV도 동영상에서 개인들의 캔버스이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지마켓이나 옥션 같은 중개몰은 온라인 의류 시장에서 캔버스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mass niche적인 롱테일 시장은 개성의 표현을 소비자에게 가까운 곳으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량생산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Henry Ford는 “A customer can have any color, so long as it is black.(고객은 어떤 차 색깔도 가질 수 있다. 검정색이기만 하면).”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Mr. Ford, let me paint my car.(포드씨, 제 차는 제가 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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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mitted by 김대홍 on Fri, 2007-07-27 12:33.

저는 군인입니다. 군사전략에도 롱테일이 어떤분야에서 가능할지 궁금합니다.